오늘 2026.11.04(수)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마지막 주자가
가장 큰 박수를 받는 곳
등록 대회 427개 · 국내 100 · 해외 327

트레일러닝 팁

보폭이 줄어들수록 완주 기록이 나빠지는 이유

2026. 09. 06. 08:29 · 트레일러너들 팁


울트라마라톤 후반부에 페이스가 무너지면 대부분 심박수나 젖산 수치부터 의심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가장 뚜렷하게 무너지는 신호는 따로 있다. 바로 한 걸음의 길이, 보폭이다.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는 근력과 달리기 경제성의 관계를 보폭으로 설명한다. 근력이 늘어나면 같은 보폭을 만드는 데 필요한 최대 근력의 비율이 줄어들고, 그만큼 여유가 생겨 더 적은 노력으로 더 긴 보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근력이 부족하거나 경기 후반 피로가 누적되면 똑같은 힘을 내더라도 보폭은 점점 짧아진다.


이 책은 특히 울트라러너의 경우 경기 중 보폭이 줄어드는 정도가 완주 기록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라고 짚는다. 속도가 떨어지는 이유를 호흡이나 심박수 데이터에서 찾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리 근육이 같은 리듬을 유지할 힘을 잃으면서 보폭부터 줄어들고, 그 결과로 속도가 떨어지는 순서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 데이터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트레일러닝 대회 현장에서 선수들의 전신 동작을 분석한 한 필드 연구는, 특히 내리막 구간에서 상위권 선수와 하위권 선수를 가른 결정적 차이가 다리 회전수(케이던스)가 아니라 보폭의 길이였다고 보고했다. 같은 케이던스를 유지하더라도 보폭을 길게 가져간 선수들이 더 빠른 다운힐 속도를 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보폭을 만드는 힘이 다리에서만 나오지 않는다고 짚는다. 어깨와 등, 팔의 움직임도 보폭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팔을 옆구리에 딱 붙이고 달려보면 금방 체감할 수 있는데, 팔 휘두르기가 자유로워야 그 힘이 다리로 전달되어 보폭이 넓어진다. 그래서 러너에게 필요한 것은 팔의 강한 근력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팔을 휘두를 수 있는 어깨와 등의 지구력이다. 등과 어깨가 먼저 지치면 팔 휘두르기가 둔해지고, 보폭도 함께 줄어든다.


다만 보폭이 줄어드는 것을 전부 나쁜 신호로만 볼 수는 없다. 장거리 트레일 대회를 다룬 다른 연구들은 오히려 근손상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트레킹폴을 쓰거나 의도적으로 보폭을 짧게 가져가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를 함께 조절하라고 권한다. 같은 '보폭이 짧아짐'이라도 피로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와,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는 성격이 전혀 다른 셈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의식적으로 보폭을 늘려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보폭은 근력과 그날의 컨디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 억지로 늘린다고 경제성이 좋아지는 원인이 아니다. 피로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보폭을 넓히려 하면 착지 충격만 커지고, 오버스트라이드로 인한 무릎과 정강이 부상 위험이 함께 올라간다.


이 책이 실제로 제안하는 처방은 보폭 그 자체가 아니라 근력, 그중에서도 해당 종목의 동작을 그대로 닮은 '특정 근력'이다. 오르막 스프린트나 힐 바운딩처럼 실제 산길 동작의 범위와 속도를 모사한 하체 근력 운동에, 엉덩이와 둔근의 한 발 안정성 훈련, 그리고 팔을 오래 휘두를 수 있는 상체 지구력 훈련을 함께 넣어주면, 다리가 같은 보폭을 만드는 데 쓰는 최대 근력의 비율이 줄어들고 후반부까지 쓸 수 있는 여유가 남는다.


다음 레이스에서 후반부 페이스가 자꾸 떨어진다면 심박수 그래프만 들여다보지 말고, 그 구간에서 자신의 보폭이 초반보다 얼마나 좁아졌는지부터 돌아볼 일이다. 그 좁아진 폭이야말로 몸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피로 신호일 수 있다.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참고: Performance Level Affects Full Body Kinematics and Spatiotemporal Parameters in Trail Running—A Field Study,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0611210/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기존 사이트 게시글 : https://trailrunners.kr/tip/?bmode=view&idx=173787027&t=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