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에서 심박수가 뚝 떨어져도, 다리는 쉬고 있는 게 아니다
2026. 08. 18. 08:13 · 트레일러너들 팁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심박수가 뚝 떨어진다. 힘들이지 않고 술술 내려가는 느낌이라 이 구간을 '쉬어가는 구간'으로 여기고 대충 지나치기 쉽다. 그런데 심박수가 낮다고 해서 근육이 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업힐 애슬리트(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는 내리막길에서 심박수가 떨어지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그냥 떨어지도록 두라고 조언한다. 억지로 힘을 써서 심박수를 유지하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대신 책은 내리막길이 산악 스포츠에서 귀중한 근력 강화 효과를 제공하므로, 심박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내리막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언덕 운동을 계획할 때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모두 포함한 전체 시간을 훈련량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심박수와 근육 부하가 서로 다른 신호이기 때문이다. 오르막에서는 근육이 수축하며 짧아지는 동심성 수축이 중심이라 심장과 폐에 부담이 크지만, 내리막에서는 근육이 늘어나며 제동을 거는 편심성 수축이 중심이 된다. 대퇴사두근이 브레이크처럼 작용해 무릎이 꺾이지 않도록 몸을 지탱하는데, 이 과정은 산소 소비는 적지만 근섬유 자체에는 상당한 힘과 미세 손상을 남긴다. 심폐 지표만 보면 편한 구간이지만, 근육 입장에서는 별개의 강한 자극인 셈이다.
내리막 달리기의 신경근육 적응을 다룬 리뷰 연구들도 같은 맥락을 보여준다. 반복적으로 내리막을 달리면 근섬유 동원 방식이 효율적으로 바뀌고, 결합조직이 충격에 적응하면서 같은 강도의 내리막에서도 근손상과 지연성 근육통이 줄어드는 '반복 효과(repeated bout effect)'가 나타난다. 즉 내리막은 심폐지구력보다 근력과 신경근 조절 능력을 키우는 별도의 훈련 자극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 내리막을 자주 뛰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길고 가파른 내리막을 몰아서 뛰면 이틀 뒤까지 이어지는 심한 근육통이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완만한 내리막에서 짧게 끊어 달리는 연습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거리와 경사를 늘려가는 편이 안전하다.
심박수 그래프만 보고 내리막 구간을 '쉬운 구간'으로 지워버리지 말고, 대회를 앞두고 있다면 오히려 의도적으로 내리막 훈련을 포함시켜 다리를 미리 준비시켜두자.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674385/ /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927009/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674385/ / PMC,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927009/
기존 사이트 게시글 : https://trailrunners.kr/tip/?bmode=view&idx=173177418&t=bo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