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엔 강한데 평지에서는 약하다면, 러닝 이코노미를 의심해야 하는 이유
2026. 09. 21. 09:30 · 트레일러너들 팁

같은 트레일러너인데도 어떤 사람은 오르막에서 유난히 강하고, 어떤 사람은 평탄하고 빠른 구간에서 더 힘을 낸다. 흔히 타고난 체질이나 근육 타입 차이로 넘기기 쉽지만, 실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능력이 지형에 따라 각각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는 이 차이를 간단한 자가진단 기준으로 설명한다. 경쟁자 수준에 비해 오르막에서는 강한데 평탄하고 빠른 구간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유산소 지구력이 러닝 이코노미보다 앞서 있다는 뜻이다. 러닝 이코노미란 정해진 속도로 달릴 때 몸이 얼마나 적은 산소와 에너지를 쓰는지를 나타내는 효율성 지표로, 엔진(유산소 능력) 크기와는 다른 별개의 기술이다. 반대로 스키모 선수가 다운힐에서는 앞서다가 업힐 구간에서 시간을 잃는다면, 유산소 지구력 쪽을 더 키워야 한다는 신호로 본다.
이 구분은 최근 운동생리학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Physiology에 실린 2021년 연구는 29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경사 −20%부터 +20%까지 트레드밀에서 달리게 하며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했다. 대부분의 경사 구간에서는 에너지 소비 패턴이 서로 비례해 움직였지만, 가장 가파른 오르막(+20%)과 평지, 가장 가파른 내리막(−20%)과 평지 사이에서는 이 비례 관계가 사라졌다. 완경사·평지를 달리는 효율과 급경사를 달리는 효율이 서로 다른 능력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또 무릎을 펴는 대퇴사두근의 근력이 평지와 내리막 달리기의 효율성과는 뚜렷이 관련 있었지만, 가장 가파른 경사에서는 그 관련성이 사라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급경사로 갈수록 근력보다 심폐 유산소 능력이 효율을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원리를 훈련에 적용하면 방향이 명확해진다. 오르막에서만 강하고 평지에서 밀리는 러너라면 빠른 평지 달리기와 폼 교정, 케이던스 훈련으로 러닝 이코노미를 끌어올리는 쪽에 시간을 더 써야 한다. 반대로 평지에서는 빠른데 급경사만 만나면 처지는 러너라면, 유산소 베이스를 넓히고 다리의 근지구력을 키우는 기초 훈련에 더 집중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다만 이 자가진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경사에 따른 효율 변화 폭이 다르고, 실험실 수준의 트레드밀 측정 없이는 정확한 경계선을 알기 어렵다. 게다가 체력이 낮은 초보 단계에서는 모든 지형에서 고르게 실력이 늘기 때문에, 이런 지형별 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점은 어느 정도 훈련이 쌓인 이후인 경우가 많다.
가장 현실적인 진단법은 자신의 실제 레이스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같은 대회에 나온 경쟁자 그룹과 비교했을 때, 코스의 어떤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더 뒤처지고 어떤 구간에서 오히려 앞서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오르막 구간 순위는 좋은데 평지·다운힐 구간에서 순위가 꾸준히 밀린다면 러닝 이코노미가, 그 반대라면 유산소 지구력이 약점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르막을 오르는 힘과 평지를 빠르게 달리는 힘은 같은 지구력이라는 이름 아래 있어도 서로 다른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별개의 능력이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 시간을 배분할 때, 자신이 어느 쪽에 더 투자해야 하는지부터 먼저 파악하는 것이 효율적인 훈련의 출발점이다.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Frontiers in Physiology, "Level, Uphill, and Downhill Running Economy Values Are Correlated Except on Steep Slopes",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hysiology/articles/10.3389/fphys.2021.697315/full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Frontiers in Physiology, "Level, Uphill, and Downhill Running Economy Values Are Correlated Except on Steep Slopes",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hysiology/articles/10.3389/fphys.2021.697315/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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