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월경, 단순한 생리 불순이 아니라 과훈련 신호일 수 있다
2026. 09. 11. 08:25 · 트레일러너들 팁

마라톤이나 울트라 훈련량을 늘린 뒤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아예 멈췄는데, 체지방이 줄고 체력이 좋아진 증거려니 하고 넘기는 여성 러너들이 있다. 하지만 스포츠의학계에서는 이 증상을 몸이 보내는 대표적인 경고 신호 중 하나로 본다.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는 과훈련증후군(OTS)의 초기 징후를 나열하면서 무월경을 성욕 감소, 체중 감소, 불면증, 만성 피로, 코르티솔 수치 상승과 나란히 꼽는다. 몸이 회복하지 못한 채 계속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내분비계와 신경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데, 여성의 경우 이 변화가 생리 주기로 먼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포츠의학에서는 이 현상을 좀 더 넓은 틀인 REDs(Relative Energy Deficiency in Sport, 스포츠 상대적 에너지 결핍)로 설명한다. 운동으로 쓰는 에너지에 비해 먹는 양이 부족한 상태, 즉 낮은 에너지가용성이 오래 이어지면 호르몬 분비가 흐트러지고, 그 결과 중 하나로 무월경이나 생리 불순이 나타난다는 개념이다. 예전에는 이를 여성선수 삼주징(Female Athlete Triad)이라 불렀는데, 최근 연구들은 여기에 골밀도 저하와 뼈 건강 문제까지 포함해 더 폭넓게 다룬다.
2026년 발표된 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여성 지구력 선수 중 저에너지가용성 위험군 비율은 연구마다 14%에서 63%까지 다양하게 보고됐고, 여성 트라이애슬론 선수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절반이 관련 증상을 겪었다. 청소년 러너를 추적한 연구에서는 평소 식사를 적게 챙기는 선수일수록 이후 생리 불순과 요추 골밀도 축적 저하를 겪을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무월경이 생리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면 뼈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피로골절 위험이 높아지고, 회복 능력과 면역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임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생리 불순의 원인은 피임 방법, 스트레스, 체중 변화 등 다양하기 때문에 훈련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훈련량이나 대회 준비 강도를 크게 늘린 시기와 생리 불순이 겹친다면, 단순히 살이 빠져서라고 넘기지 말고 먹는 양이 훈련량을 따라가고 있는지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세 달 이상 생리가 없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무월경을 체력 향상의 증거로 착각하는 대신, 몸이 회복할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참고: Frontiers in Sports and Active Living, Protecting women health in sport: the role of low energy availability in the Female Athlete Triad and RED-S,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sports-and-active-living/articles/10.3389/fspor.2026.1776533/full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기존 사이트 게시글 : https://trailrunners.kr/tip/?bmode=view&idx=173983028&t=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