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을 한 번 제대로 뛰고 나면, 다음 내리막이 덜 아픈 이유
2026. 10. 03. 08:32 · 트레일러너들 팁

시즌 첫 트레일 대회를 내리막이 많은 코스로 치르고 나면, 다음 날이 아니라 그다음 날 다리가 제대로 못 걸을 만큼 아픈 경험을 한 러너가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코스를 한두 달 뒤 다시 뛰면, 같은 양의 내리막을 소화하고도 훨씬 덜 아프다. 그 사이 특별히 체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몸이 이미 한 번 겪은 자극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생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반복 자극 효과(Repeated Bout Effect)'라고 부른다. 내리막 달리기처럼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내는 신장성(편심) 수축을 반복하면 미세한 근섬유 손상과 염증, 지연성 근육통(DOMS)이 생기는데, 딱 한 번 이 자극을 겪고 나면 몸이 다음번 같은 자극에는 훨씬 적은 손상만 입도록 스스로를 조정해 둔다.
frontiersin.org에 실린 관련 리뷰에 따르면 이 보호 효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신경계가 근섬유를 동원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으로 바뀌고(신경적 적응), 손상·염증 신호를 전달하는 NF-κB 같은 경로의 반응이 누그러지며(세포·염증 적응), 근육과 힘줄 주변의 결합조직(세포외기질)이 재구성되는(기계적 적응) 변화가 함께 일어난다. 이 세 가지가 겹쳐 두 번째 자극부터는 손상 자체가 처음보다 훨씬 작게 발생한다.
더 반가운 사실은 이 보호 효과가 꽤 오래간다는 점이다. 울트라러너를 위한 내리막 훈련 가이드들은 공통적으로, 레이스 10~12주 전에 한 번 제대로 된 내리막 자극(20~30분 분량의 내리막 또는 90초 내리막 반복 몇 세트)을 주고 나면, 이후로는 2~4주에 한 번씩만 가볍게 유지해 줘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보호 효과가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유지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매주 내리막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처음 시작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참고할 만하다.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는 평소 가볍게 뛰는 거리 훈련 중간에 1~2분짜리 빠른 내리막 반복을 몇 개 끼워 넣고, 몇 주에 걸쳐 반복 횟수와 시간을 서서히 늘려가라고 권한다. 다만 내리막 전력 질주나 바운딩처럼 강도 높은 동작은 그 자체로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훈련이어서, 같은 책은 이런 고강도 내리막 동작을 주당 2회를 넘기지 말라고 못 박는다. 반복 자극 효과를 노린다고 처음부터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보호 효과를 얻기도 전에 부상부터 입을 수 있다.
다만 이 효과는 꽤 특이적이다. 같은 근육·같은 동작 패턴에서는 보호 효과가 길게 가지만, 직접 자극받지 않은 반대쪽 다리로 전이되는 보호 효과는 1~4주 안에 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즉 한쪽 다리만, 혹은 평지 달리기만 해서는 내리막에 대한 보호를 충분히 만들 수 없고, 실제 내리막 동작 자체를 몸에 한 번은 겪게 해야 한다.
같은 책에는 한 가지 조언이 더 담겨 있다. 오르막·내리막이 잦은 장거리 레이스를 치른 뒤 다리 통증과 근육 피로가 며칠씩 이어진다면, 그 자체가 기초 훈련기에 다리 힘과 근지구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반복 자극 효과로 손상을 줄이는 것과 별개로, 애초에 근력과 근지구력이 뒷받침되어야 같은 내리막을 더 적은 손상으로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리막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다리로 레이스 당일 처음 긴 내리막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대회 10주 전쯤 한 번은 일부러 내리막 구간에서 다리를 제대로 괴롭혀 둘 것, 그리고 그 뒤로는 2~4주 간격으로만 가볍게 다시 자극해 줄 것. 이 정도만 지켜도 레이스 당일 다리는 훨씬 덜 놀란다.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frontiersin.org,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hysiology/articles/10.3389/fphys.2021.661618/full; higherrunning.com, https://higherrunning.com/the-repeated-bout-effect-eccentric-loading/; en.run-motion.com, https://en.run-motion.com/how-much-downhill-training-you-actually-need-for-your-ultra/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frontiersin.org,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hysiology/articles/10.3389/fphys.2021.661618/full; higherrunning.com, https://higherrunning.com/the-repeated-bout-effect-eccentric-loading/; en.run-motion.com, https://en.run-motion.com/how-much-downhill-training-you-actually-need-for-your-ul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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