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소 대사가 유산소 대사보다 훨씬 빠르지만, ATP는 18배 적게 만드는 이유
2026. 09. 16. 16:31 · 트레일러너들 팁

짧고 격렬하게 전력 질주할 때와 몇 시간을 이어 달려야 하는 울트라 구간에서, 몸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연료 회로가 돌아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몸이 ATP(세포가 쓰는 에너지 화폐)를 만드는 방법은 딱 두 가지뿐인데, 이 둘이 속도와 생산량에서 정반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무산소성 해당분해다. 탄수화물(글리코겐)을 산소 없이 분해해 ATP를 만드는 경로로, 포도당 한 분자를 피루브산으로 바꾸는 10단계 화학반응을 거친다. 산소가 필요 없다 보니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하지만 대가가 있다. 포도당 한 분자에서 뽑아내는 ATP는 단 2개뿐이고, 부산물로 나온 피루브산은 근육 세포질에 남아 대사의 막다른 길에 도달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두 번째는 유산소 대사다. 무산소 경로에서 나온 피루브산과 지방을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가져가 산소로 완전히 태우는 방식이다. 반응 단계가 훨씬 많고 복잡해서 속도는 느리지만, 같은 연료에서 뽑아내는 ATP 양은 압도적으로 많다.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는 유산소 대사가 무산소 경로보다 약 17배 많은 ATP를 만든다고 설명하는데, 업힐애슬리트(Uphill Athlete)가 정리한 자료에서도 유산소 시스템이 무산소 해당분해보다 약 18배 많은 ATP를 만든다고 밝히고 있어 수치가 거의 일치한다.
이 속도-생산량 트레이드오프 때문에 몸은 상황에 따라 두 회로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ATP 수요가 갑자기 치솟는 순간, 이를테면 대회 후반 급경사 구간을 전력으로 치고 오르거나 마지막 스퍼트를 낼 때는 느린 유산소 대사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 빠른 무산소 해당분해가 주도권을 넘겨받는다. 반대로 몇 시간씩 이어지는 페이스에서는 무산소 경로가 감당할 수 있는 총 작업량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에, 결국 유산소 대사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책임지게 된다.
두 근섬유 유형도 이 구조와 맞물려 있다.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은 지근섬유(ST)는 유산소 대사에 유리해 피로에 강하고, 반대로 속근섬유(FT)는 유산소 대사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힘을 내려면 무산소 대사에 더 많이 의존한다. 오르막에서 순간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구간마다 속근섬유와 무산소 해당분해가 함께 동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이 구분이 완전히 딱 떨어지는 스위치는 아니다. 잘 훈련되고 지방 적응이 잘 된 지구력 선수일수록 꽤 높은 강도까지도 유산소 대사가 에너지 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훈련으로 미토콘드리아 밀도와 산소 이용 능력을 끌어올리면, 예전 같으면 무산소 대사에 넘겼을 강도 구간까지 유산소 엔진만으로 버텨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트레일러닝 훈련에 느린 유산소 러닝과 짧고 강한 인터벌을 함께 넣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전자는 유산소 대사의 생산 용량 자체를 늘리는 훈련이고, 후자는 무산소 대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순간 출력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훈련이다. 둘 중 하나만 훈련해서는 급경사에서 순간적으로 필요한 폭발력도, 몇 시간을 버텨야 하는 지구력도 온전히 채울 수 없다.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Uphill Athlete, https://uphillathlete.com/aerobic-training/what-is-it-that-enables-endurance/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Uphill Athlete, https://uphillathlete.com/aerobic-training/what-is-it-that-enables-endu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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