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60분 전에 먹으면, 초반 저혈당이 가장 잘 온다
2026. 10. 21. 08:06 · 트레일러너들 팁

레이스 날 아침, 출발 한 시간쯤 전에 바나나나 에너지바를 챙겨 먹는 러너가 많다. 배가 너무 부르지도 않고, 출발할 때 힘이 날 것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혈당 데이터를 보면 바로 이 '출발 60분 전'이 운동 초반에 혈당이 뚝 떨어지는 일이 가장 자주 생기는 시간대였다.
2023년 유럽스포츠과학저널(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에 실린 Zignoli 연구팀의 연구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쓰는 6,761명이 직접 기록한 '운동 전 식사' 48,799건을 분석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30분 안에 혈당이 70mg/dL 아래로 내려가면 '반응성 저혈당'으로 봤는데, 전체의 약 8.3%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대부분은 운동 30~90분 전에 먹었을 때였고, 가장 많이 생긴 지점은 약 60분 전이었다.
이유는 인슐린과 근육이 한꺼번에 혈당을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고, 뒤따라 인슐린이 많이 나온다. 인슐린이 한창 높을 때 달리기를 시작하면, 수축하는 근육이 혈액 속 포도당을 빠르게 끌어다 쓰는 데다 이미 나와 있는 인슐린도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밀어 넣는다. 두 힘이 겹치면서 출발 후 15~30분 사이에 혈당이 잠깐 곤두박질칠 수 있다. 반대로 출발 직전에 먹으면 인슐린이 오르기 전에 운동이 시작되고, 운동 중에는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에 이런 겹침이 덜 생긴다.
이 현상이 처음 주목받은 건 1979년이다. Foster·Costill 연구팀은 포도당 75g을 마시고 최대산소섭취량 80% 강도로 지칠 때까지 자전거를 타게 했는데, 물만 마셨을 때 53.2분이던 기록이 43.2분으로 19% 줄었다. 탄수화물이 15g뿐이고 단백질·지방이 섞인 액체 식사를 마셨을 때는 기록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운동 30~45분 전에 먹은 포도당이 지방을 꺼내 쓰는 과정을 막아 지구력을 떨어뜨린다고 봤다. 이후 '출발 1시간 전에는 단 것을 먹지 말라'는 조언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그 뒤 연구들의 결과는 달랐다. 2003년 영국 버밍엄대학교 연구(Moseley 외)에서는 훈련된 8명이 포도당 75g을 운동 15분·45분·75분 전에 마셨다. 일시적인 저혈당에 빠진 사람은 15분 전 조건에서 2명, 45분 전 3명, 75분 전 5명으로 일찍 먹을수록 오히려 많았다. 출발 직전 혈당과 인슐린은 시점마다 달랐지만 그 차이는 운동 시작 10분 안에 사라졌고, 기록(평균 파워 268·269·276W)에도 차이가 없었다. 2010년 관련 연구를 모아 정리한 리뷰(Jeukendrup·Killer)도 거의 모든 연구에서 기록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좋아졌다며, '운동 1시간 전 탄수화물을 피하라'는 조언은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고 초반 저혈당이 아무 의미 없는 건 아니다. 같은 리뷰는 실제 혈당 수치와 상관없이 어지럼, 손 떨림,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 같은 저혈당 비슷한 증상을 겪는 선수가 있다고 짚었다. 2023년 연구에서도 사람마다 차이가 컸다. 대부분은 가끔 겪는 정도였지만, 일부(15% 미만)는 운동 전 식사 다섯 번 중 한 번 넘게 반응성 저혈당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100명 중 8명꼴로 먹는 시점이 저혈당 가능성을 눈에 띄게 바꾼다고 설명했다.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에 실린 스위스 스키 등반 선수 리코 엘머의 경기 전 루틴은 이 시간대를 자연스럽게 비켜 간다. 엘머는 스위스 국경 수비대 소속으로 풀타임 훈련을 하며 산악 스키 레이스 '파트루유 데 글라시에'에서 우승하고 코스 기록을 세운 선수다. 그는 경기 전날 밤 올리브유를 두른 스파게티를 먹었고, 경기 3시간 전에는 뮤즐리나 빵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경기 15분 전에 탄수화물을 아주 조금 더 먹었다. 큰 식사는 일찍, 마지막 한 입은 출발 직전에 해서 30~90분 구간을 비워 둔 셈이다. 그는 영양에 집착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먹는 것이 중요했다며, 체중을 무리하게 줄였을 때는 오히려 느려지고 늘 아팠다고 돌아봤다.
레이스 날 아침에는 이렇게 적용해 볼 수 있다.
- 든든한 탄수화물 식사는 출발 3~4시간 전에 끝낸다.
- 마지막 간식은 출발 5~15분 전이나 워밍업 중에 먹는다. 이 시점에 먹는 탄수화물은 달리면서 먹는 것과 비슷하게 작용한다.
- 출발 1시간 전에 먹고 초반에 어지럽거나 다리가 풀린 적이 있다면, 먹는 시점을 앞이나 뒤로 옮겨 본다.
- 새로운 방법은 대회 당일이 아니라 장거리 훈련 날 먼저 시험한다.
다만 2023년 연구는 사용자가 직접 기록한 데이터를 분석한 관찰 연구라서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실험실 연구도 대부분 포도당 75g을 한 번에 마신 뒤 짧게 자전거를 타는 조건이었다. 처음 몇 시간을 천천히 달리는 울트라 트레일에서 이 차이가 기록을 얼마나 바꾸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당뇨가 있다면 이 글보다 담당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우선이다.
정리하면, 출발 60분 전 간식이 기록을 망친다는 증거는 약하지만, 운동 초반 저혈당이 가장 잘 생기는 시간대인 것은 맞다. 출발 직후 유독 몸이 붕 뜨고 다리에 힘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면, 다음 레이스에서는 '3시간 전 식사, 15분 전 한 입'을 시험해 보자.
💬 여러분은 어떠세요? 레이스 날 아침, 마지막 간식은 출발 몇 분 전에 무엇으로 드시나요? 댓글로 경험을 나눠 주세요!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 PubMed(Zignoli 외, 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 2023), https://pubmed.ncbi.nlm.nih.gov/37424300/ / PubMed(Foster 외,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1979), https://pubmed.ncbi.nlm.nih.gov/582616/ / PubMed(Moseley 외,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03), https://pubmed.ncbi.nlm.nih.gov/12527977/ / PubMed(Jeukendrup·Killer, Annals of Nutrition and Metabolism 2010), https://pubmed.ncbi.nlm.nih.gov/21346333/ / Journal of Sports Sciences(Jeukendrup, 2011),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2640414.2011.610348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 PubMed(Zignoli 외, European Journal of Sport Science 2023), https://pubmed.ncbi.nlm.nih.gov/37424300/ / PubMed(Foster 외, Medicine and Science in Sports 1979), https://pubmed.ncbi.nlm.nih.gov/582616/ / PubMed(Moseley 외,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03), https://pubmed.ncbi.nlm.nih.gov/12527977/ / PubMed(Jeukendrup·Killer, Annals of Nutrition and Metabolism 2010), https://pubmed.ncbi.nlm.nih.gov/21346333/ / Journal of Sports Sciences(Jeukendrup, 2011),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02640414.2011.610348
기존 사이트 게시글 : https://trailrunners.kr/tip/?bmode=view&idx=175195877&t=bo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