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000m 오를 때마다, VO2max는 6%씩 줄어든다
2026. 10. 19. 08:09 · 트레일러너들 팁

한국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도 해발 2,000m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해외 산악 레이스에서는 2,000m가 넘는 고개를 여러 번 넘는 일이 흔하다. 평소 훈련하던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달리면 몸은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 노르웨이 스포츠과학대학교의 Wehrlin과 Hallén은 2006년 이 질문에 숫자로 답했다.
연구팀은 지구력 훈련을 해 온 선수 8명을 기압을 낮춘 방에 들여보내고, 해발 300m부터 2,800m까지 500m 간격으로 여섯 가지 높이를 만들었다. 높이마다 같은 속도로 지칠 때까지 달리게 하면서 최대산소섭취량(VO2max, 몸이 1분 동안 쓸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쟀다. 결과는 거의 직선이었다. VO2max는 300m에서 체중 1kg당 66ml였다가 2,800m에서 55ml까지 떨어졌다. 1,000m 높아질 때마다 평균 6.3%씩 줄어든 셈이다(사람에 따라 4.6~7.5%). 같은 속도로 버틴 시간은 1,000m마다 14.5%씩 짧아졌다. 겨우 800m에서도 300m보다 수치가 이미 낮았다.
이 숫자를 내 몸에 대입해 보면 감이 온다. 해발 수십 m 근처에 살면서 VO2max가 60인 러너가 해발 2,300m 고개를 넘는다고 해 보자. 2,000m가량 높아졌으니 6.3%씩 두 번, 약 12.6%가 줄어 VO2max 52 정도인 몸으로 달리는 셈이다. 같은 오르막을 같은 페이스로 밀어붙이면 평소보다 훨씬 빨리 지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공기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높이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져 한 번 숨 쉴 때 몸으로 들어오는 산소가 줄어든다. 이 실험에서도 지쳐서 멈춘 순간 혈액의 산소 포화도가 300m에서는 89%였지만 2,800m에서는 76.5%까지 내려갔다. 근육에 도착하는 산소가 줄어드니 같은 페이스라도 몸이 느끼는 강도는 더 높아진다. 평지에서 편하게 달리던 속도가 높은 곳에서는 숨이 턱까지 차는 속도가 될 수 있다.
몸이 적응하면 어느 정도는 나아진다. 미국 연구팀(Chapman 외, 2016)은 대학 육상 장거리 선수 43명을 해발 1,780m에서 2,800m 사이의 네 마을에 나눠 4주 동안 지내게 하고, 1,780m 트랙에서 3,000m 기록을 매주 쟀다. 도착 5일째 기록은 해수면에서보다 평균 6.7% 느렸다. 경기장과 같은 1,780m에 머문 그룹은 처음부터 덜 느려졌고(4.5%), 더 높은 곳에서 지낸 그룹은 처음에는 더 느렸다가 19일째쯤 비슷해졌고, 그 뒤로는 26일째까지 더 나아지지 않았다. 높은 곳에서 지낸 그룹은 첫 주 동안 잠잘 때 혈액의 산소 포화도도 더 낮았다. 4주를 머물러도 해수면 기록보다 약 3% 느렸다.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에도 같은 고민을 한 선수가 나온다. 스페인의 스키 산악 선수 하비에르 마르틴 데 비야는 2004년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면서 경기가 해발 2,000m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그래서 2,100~3,400m 스키장이 차로 40분 거리인 그라나다로 이사했다. 그라나다의 고도가 대회 코스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책은 이 사례를 목표 대회의 조건을 먼저 분석하고 그에 맞춰 훈련하라는 원칙으로 소개한다.
해외 고산 대회를 준비한다면 이렇게 해 볼 수 있다.
- 높은 구간에서는 평지 페이스를 고집하지 말고 심박수와 호흡을 기준으로 강도를 낮춘다.
- 일정이 된다면 경기 고도와 비슷한 곳에서 최소 5일 이상 지낸다.
- 경기 고도보다 높은 곳에서 지낸다면 19일 이상을 잡는다.
- 도착 직후 며칠은 잠을 설치거나 숨이 더 찰 수 있다는 점을 일정에 넣어 둔다.
다만 Wehrlin 연구는 8명이 기압 조절실에서 짧게 달린 실험이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울트라 레이스에서 정확히 같은 비율로 느려진다고 볼 수는 없다. 줄어드는 폭도 사람마다 다르다. 오히려 훈련이 잘된 선수일수록 더 낮은 높이에서부터 영향을 받는다. 2013년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JSM) 리뷰에 소개된 연구에서는 훈련된 선수의 VO2max가 해발 900m부터 줄기 시작했지만, 훈련하지 않은 사람은 1,200m부터 줄었다. 그래도 높은 곳에서는 같은 노력으로 덜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출발선에 서면, 초반 오버페이스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 여러분은 어떠세요? 해발 2,000m가 넘는 산에서 달려 보셨다면, 평소와 무엇이 가장 달랐나요? 댓글로 경험을 나눠 주세요!
참고: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 PubMed(Wehrlin·Hallén,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06), https://pubmed.ncbi.nlm.nih.gov/16311764/ /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Chapman 외 2016), https://journals.physiology.org/doi/full/10.1152/japplphysiol.00909.2015 /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Chapman 2013), https://bjsm.bmj.com/content/bjsports/47/Suppl_1/i40.full.pdf
원문 : Steve House·Kilian Jornet·Scott Johnston, 《Training for the Uphill Athlete》 / PubMed(Wehrlin·Hallén, Europea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06), https://pubmed.ncbi.nlm.nih.gov/16311764/ /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Chapman 외 2016), https://journals.physiology.org/doi/full/10.1152/japplphysiol.00909.2015 /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Chapman 2013), https://bjsm.bmj.com/content/bjsports/47/Suppl_1/i40.full.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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